갑상선기능이상 스마트케어 솔루션, "GlandyTM"를 소개합니다.

2015년 가을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던 중 스마트폰에 뜬 뉴스에 이런 소식이 있었습니다.
"스마트밴드로 심박수 측정이 가능해진다…." 그 기사에 소개된 기기가 지금은 구글에 인수된 Fitbit 사의 "Fitbit Charge HR"이라는 기기입니다.
그 때 생각했습니다. '이거면 바로 시작할 수 있겠다!'.

뻔하지만 필요한 기술, 그리고 차별화

안녕하세요? 저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에서 갑상선질환을 진료하는 의사이자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주식회사 타이로스코프의 기술이사인 문재훈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관해상태이지만,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직접 앓았던 환자이기도 합니다. 갑상선기능이상을 진료하는 의사이기 이전에, 질환을 직접 경험한 환자로서 계속 저를 불안하게 한 것은 혈액검사를 하지 않고는 현재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컨디션이 조금만 안 좋아도 약을 복용 중일때는 '약 용량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 약을 끊고 나서는 '재발했나?' '몇주 전에 검사했는데 다시 해봐야 하나?' 등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 때문에 자주 혈액검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대충이라도 좋으니 내 갑상선 기능을 대변하는 뭔가 객관적인 지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심박수를 관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여기까지는 임상의사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실제 임상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몇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정확도는 기본이며, 측정이 객관적이어야 하고, 심박수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를 배제해야하고, 측정이 번거롭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시중에 스마트밴드가 나오기 시작했고 초창기에는 activity tracker의 역할만을 하고 있었습니다. 3축가속계 (3-axis accelerometer)가 내장되어 걸음수를 기본으로 한 운동량을 추적해주고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하루 중 언제 얼마나 움직였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제 관심사였던 심박수를 측정하는 센서기술은 당시에도 pulse oxymetry 등의 의료기기에는 사용되었지만, 스마트밴드에는 아직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심박수를 24시간 측정하는 기기가 나오면 지금 나와있는 스마트밴드와 동시에 착용해서 두 기기의 데이터를 합치면 운동량을 반영한 심박수 모니터링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텐데.. 그 데이터만 있으면 운동 효과를 배제한 심박수 지표를 구할 수 있고 이것과 갑상선호르몬 농도와 연관성을 입증하면 갑상선호르몬 농도를 예측해주는 객관적인 지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차에 서두에 언급한 2015년 가을 아침, photoplethysmogram 기술을 이용한 심박수 측정 센서가 합쳐진 최초의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기사를 본 것입니다. 그날 출근하여 바로 이 기기를 사용하는 임상연구의 IRB 서류를 작성하였고, 원내연구비 신청서도 내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연구비가 확보된 후 Fitbit사와 미팅도 하여 조금 저렴하게 해당 기기를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처음 진단되고 항갑상선제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 30명과 대조군 10명을 대상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게 하여 1개월 간격으로 TFT 결과를 얻었고,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된 운동량과 심박수의 raw data를 확보하여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한 휴지기심박수가 free T4 농도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며, 이는 내원하여 1회성으로 측정한 심박수보다 정밀하고 민감하게 free T4를 반영함을 확인하여 논문으로 발표하였습니다. 병원의 도움으로 해당 논문과 연관하여 특허 신청을 진행하였고, 마침 해외연수 기간 중이어서 논문의 결과를 응용한 "thyroscope.org"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Fitbit 기기 사용자가 자신의 TFT 결과를 입력하고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하면 현재 내 갑상선기능항진증 위험도를 안내해주는 기능을 구현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해당 기능을 사용하면서 저는 더 이상 직원 검진 때를 제외하고는 갑상선기능검사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심박수와 갑상선기능” 너무나 상식적이지만, 얼마나 변화하고, 그 변화가 얼마나 지속되어야 어느정도의 갑상선기능변화를 반영하는 것인지는 실제 연구를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으므로, 실제 환자에게 웨어러블기기를 채우고, 얻어진 데이터가 정말 믿을만 한지 검증하고, 사용 편의성이 충분한지, 실제 갑상선호르몬 수치와 어떤 관계식을 가지는지, 기존의 다른 지표보다 우수한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차별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 30명으로 시작한 연구는 저하증으로 대상질환이 확대되고, 현재는 예측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대상환자를 200명 이상으로 한 임상연구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생체지표 역시 심박수로 국한하지 않고 체온, 피부전도도로 확장한 파일럿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창업? 내가 할 수 있을까?

2018년 8월 해외연수에서 귀국하여 병원 생활과 환자 진료에 바빴지만, 심박수를 이용한 갑상선기능이상 예측 기술을 좀 더 정밀하게 다듬고, 임상적 근거를 마련하기위해 기술이전을 타진하였습니다. 몇몇 기업에서 관심을 보여 실제 구체적인 논의까지 진행되다 무산되면서 지지부진 하던 차에, 2019년 가을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기기개발센터에서 주관한 사업화 멘토링 모임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고, 그때 이 기술에 관심을 보인 액셀러레이터와 연결이 되어 본격적으로 창업 논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기존 특허를 보완하고 확장하여 제대로 된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했고, 마침 액셀러레이터가 특허법인을 겸하고 있었기에 이 작업을 먼저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이전까지 창업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된 업계 용어부터 낯설기도 했고, 처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투자가 되는지, 법인설립은 어떻게 하는지, 주식은 어떻게 발행하는지, 사무실은 구해야 하는지, 기업가치는 어떻게 올라가는지, 나에게 투자하면 투자하는 사람은 어떻게 이익을 얻게 되는지, 무엇보다 나는 뭐가 좋은지.. 등등 갈피를 잡지도 못했습니다. 주위에 물어도 보고, 책도 사보고, 액셀러레이터와도 상의를 하면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조금씩 이해의 폭을 넓혀 갔습니다.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진료도 보고 연구도 하면서 기업의 수장을 맡아 성장시키는 주위의 훌륭한 분들과 달리, 저는 교수직과 겸업으로 하나의 기업을 성장시키고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질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CEO가 되는 것을 선택지에서 지우고 나니, 남은 것은 팀을 이루어 공동창업을 하는 것이었고, 우연한 기회에 사업화를 제시한 액셀러리이터의 소개로 유니스트 출신의 전도유망한 젊은 인재들로 이루어진 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경영, 기획, 개발을 각각 담당하는 3명의 청년들과 처음 미팅 후 뭐가 서로 통했는지 하루만에 의기투합할 수 있었고 그렇게 창업은 2020년 초부터 급물살을 타게 되었습니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 제가 일하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창업 및 겸직에 대한 허가를 득하는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병원 인사팀에서 절차를 무리없이 진행해주어 겸직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미리미리 챙겨야 하는 절차입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난 후 2020년 4월 21일 제가 만들었던 웹사이트의 이름을 물려받은 주식회사 타이로스코프가 설립되어 현재 저는 기술이사 (CTO)를 맡고 있습니다.




창업 후 좌충우돌과 성장,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스타트업 창업 후 가장 급한 문제는 당연히 자금이었습니다. 우선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은 국책사업에 지원하여 진행하고자 했고, 그 외의 비용은 초기 투자금과 기술보증기금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많은 사업 지원과 탈락에 지쳐가던 중 창업 4개월만에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개발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업으로 연구개발자금에 숨통이 트이면서 확장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외에 울산게놈서비스 규제자유특구 R&D 사업, 울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보다 장기적인 관점의 연구개발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초기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여 초기 자금에 숨통을 틔우는 한편, 창업경진대회에서도 수상하여 2020 온라인 메디컬 해커톤, 2020 동남권 메가시티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수상하였습니다. 특히 2020년 11월에는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주관하는 2020 선배청년이 후배청년을 이끄는 창업 콘테스트 (청청콘)에서 대상을 수상하여 1억 2천만원의 자금도 추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12월에는 갑상선기능이상 스마트케어 솔루션을 표방한 우리 회사의 첫번째 제품 “GlandyTM”의 베타버전이 출시되어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베타테스트를 시작하였으며 이 앱은 현재 진행중인 임상연구에도 활용하고 있어, 실제 연구에 참여한 갑상선기능이상 환자분들은 웨어러블 기기를 연동하여 심박수를 바탕으로 갑상선기능을 예측하고 본인의 검사 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복약 알람 설정 등의 기능으로 복약순응도를 높이고, 증상설문 등에 참여하여 본인의 질환 관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커뮤니티 서비스로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우들 간의 의견교환의 장도 제공하고, 제가 직접 참여하는 칼럼 및 질의응답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베타테스트에 참여했던 사용자분들이 갑상샘눈병증의 관리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feedback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갑상샘눈병증의 활성도를 예측할 수 있는 사진인식 인공지능기반 솔루션을 개발 중에 있으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김남주 교수님과의 협업으로 임상연구를 진행, 초기성과를 이번 대한갑상선학회 추계학회에서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를 포함 네명이서 좌충우돌하며 시작한 우리회사는 창업 1년 6개월을 바라보는 현재 경영기획, 인허가, 임상연구, 제품개발, 디자인, 고객서비스 각 분야를 담당하는 12명의 임직원이 자신과 회사의 성장을 위해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이제 1년이 좀 지난 스타트업이므로, 앞으로 나아갈 길이 훨씬 더 길고 험난할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국내외 인허가 획득입니다. 모든 의료분야 스타트업의 과제이자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합니다. 실제 사용성 및 임상적 유용성을 증명하는, 어쩌면 당연한 조건을 누구나 인정하는 방법론으로 입증해내야 하기에 단기적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연구만 진행하고 논문이나 특허는 가지고 있지만, 실제 수익을 내지 못해 사라진 수많은 스타트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제품의 사용성을 개선하고, 디자인을 일신하며, 무엇보다 실제 비용을 지불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는 데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창업준비부터 현재까지의 2년, 처음 연구개발 기간까지 더하면 약 5년의 시간은 개인적으로 낯설었지만 재미있었고, 흥미롭지만 두렵기도 한 기간이었습니다. 처음 임상연구는 그간 의과대학 교수로서 늘 하던대로 시작했지만, 이후 연수과정에서는 데이터 관리자 및 개발자의 경험을 작게나마 해 보았고, 창업 후에는 기술이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어, 지금까지 살면서 병원에만 국한되어 있던 제 삶의 경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도 분명히 있었으며, 특히 의과대학 교수직 외의 또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면서 양쪽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우리 회사의 젊은 인재들에게서 받는 에너지로 즐겁게 해쳐나가려 합니다. 앞으로 갑상선학회 회원 여러분께서 환자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갑상선기능이상 스마트케어 솔루션 “GlandyTM”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두서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창업을 계획하시는 회원이 이 글을 읽는다면, 제 경험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문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