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의 밖의 의료, 그리고 창업

국립암센터 내분비내과
황 보 율

오늘도 선생님들께서는 환자가 가득한 외래 진료를 하고, 지친 하루를 보내셨겠지요? 저 역시 한 세션에 50-60명의 환자를 보고 지친 마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내분비내과 진료이기에 환자분들은 ‘뭘 먹으면 좋아요?’, ‘누가 그러는데 미역을 많이 먹으라고 했다.’, ‘TV에 보니 당뇨에는 여주가 그렇게 좋다 해서 열심히 먹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꾸준히 듣게 됩니다. 3분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들의 질문에 모두 답해주다 보면 끝이 없기에, 중간에서 환자의 말을 자르거나 다음 환자를 봐야 할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환자들도 여러 질문을 하다가 기다리는 환자들 눈치로 떠밀리듯 외래를 빠져나갑니다. 때론 정말 이상한 것들을 먹고 오는 환자들, 이상한 생활 습관에 빠져든 환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혈액검사 수치도 안 좋아지고 환자들 스스로도 힘들어하죠. 이런 환자분들을 그 짧은 시간에 야단치기도 합니다. 진료시간은 환자들에게 무엇인가를 차근히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입니다.

[2020년 심평원 환자경험평가에 의하면 의사들의 설명부족이 병원에 대한 가장 큰 불만으로 평가되었습니다.]

2019년 WHO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일본, 스위스에 이어서 세계 3위라고 합니다. 세계 최고의 의료접근성과 의료인들의 헌신으로 만든 결과입니다. 의료계에 여러 문제들이 산적되어 있지만, 우리나라가 국민들에게는 의료적으로 좋은 나라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진료실과 수술실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묵묵하게 일하신 의료인들의 노력이 만들어내었습니다. 그런데 왜 환자들은 여전히 이상한 것을 먹고,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다시 진료실을 찾게 되는 것일까요? 저는 오래전부터 의료의 본질적인 문제는 진료실 밖에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접근성을 가진 국민들은 결국 진료실 밖에서 건강을 해치는 일을 계속 하고 있으니까요.

2019년 한 유명인이 폐암 4기에 걸리고 나서, 구충제에 항암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복용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는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한때는 크릴오일이 혈관의 기름 성분을 없애주고 혈액순환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며 판매하다가 과학적 근거가 없어서 허위·과대광고로 적발되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가 전세계를 뒤덮고 있을 때 코로나의 전파와 사망률을 낮춰준다는 이런 음식들과 성분들이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퍼져나가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코로나 백신에 관한 여러 음모론도 널리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서 의료인들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무분별하게 접하게 되는 잘못된 건강지식 문제 즉, ‘인포데믹스’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WHO에서는 인포데믹스와 미스인포메이션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하였습니다.

[소셜미디어의 잘못된 건강정보에 대한 보고, Bull World Health Organ. 2022 Sep 1; 100(9): 544-561]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전세계에서 의료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의 건강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의학적 혜택을 주는 방법은 신약 개발, 의료기기 개발, 의료시스템 및 정책 개발이 있겠지만 저는 사람들이 건강 정보를 잘 이해하여 건강한 습관을 가지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를 병원 안에서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의사들이 만든 헬스케어 지식 플랫폼, 위뉴 (https://www.weknew.com/)를 창업하였습니다.

위뉴는 사람들이 건강 지식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헬스 리터러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인터넷상에서 부정확하고 잘못된 건강 정보와 의료 광고가 넘쳐나고 있으며, 이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건강습관을 가지게 되고 결국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반면, 의학적으로 올바른, 근거기반의 정확한 의료 정보는 내용이 어려워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헬스 리터러시 문제가 지속되면 결국 건강 정보를 잘 찾지 못하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점차 건강이 나빠지는 건강불평등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좋은 의학지식은 교과서처럼 어렵고, 잘못된 건강정보는 쉽고 재미있어 사람들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위뉴는 의사들의 집단 지성으로 근거기반의 올바른 의학 지식(evidence-based health knowledge)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 의학회, 연구회, 전문의 선생님들이 의학 지식을 제공하면 위뉴에서 이를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글로 표현하고 그래픽화하여 웹페이지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위뉴닷컴의 홈페이지와 참여하고 있는 의학 크리에이터들]

위뉴에서는 헬스케어·의학 지식을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콘텐츠로 제작하여 국민, 공공, 기업들에게 유통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취지를 여러 선생님들과 학회, 대학병원이 공감해주셔서 위뉴와 업무협약을 맺고 같이 그래픽 의학 지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당뇨병학회, 대한신장학회, 대한뇌졸중학회, 대한혈액학회,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국립암센터,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연세대 제중원보건개발원, 건양대병원, 가천대길병원, 화순전남대병원, 원주연세의료원, 동국대학교일산병원, 경희의과학연구원, 충북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인하대병원 인천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대전시정신건강복지센터, 세종시정신건강복지센터, 심근경색연구회, 중앙보훈병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서울재활병원,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일산백병원, 상계백병원, 원광대산본병원,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 의학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위뉴가 대한당뇨병학회와 대한신장학회와 업무협약을 하고 공동으로 제작한 그래픽 의학 지식]

또한, 의학 지식 정보를 인터넷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널리 확산하기 위해서 카카오헬스케어, 루닛, 이지케어텍, 레몬헬스케어, 웰트, 딥노이드, 헬스허브, 미소정보기술, 코어라인소프트, 뷰노, 네이버클라우드, 청년의사 등과 같이 업무협약을 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위뉴와 업무협약을 하고 의학지식을 공동 개발하거나, 의학 지식을 유통하고자 하는 기관]

사람들은 이제 대부분의 정보를 모바일을 통해서 찾아봅니다. 그러나 정보비대칭이 있는 영역은 지식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정보비대칭이 가장 큰 곳이 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좋은 의학정보를 찾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쓰지만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찾기도 쉽지 않고, 찾은 정보가 잘못된 정보인지 올바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잘못된 정보에 쉽게 현혹되면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광고에 속아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됩니다. 이는 보건의료적으로 손해이며, 의사들도 진료를 볼 때 안타까워하는 부분입니다. 올바른 의학 지식을 알고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들은 진료시에도 훨씬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제가 창업한 위뉴는 국민들이 가장 손쉽고 올바른 건강 정보를 찾게 해주고, 의료진과 환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