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 체류기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손 서 영

안녕하세요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손서영입니다. 저는 지난 2023.9~2024.8월까지 1년 동안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UCLA)의 Endocrine Center에 방문하여 Angela M.Leung 교수님 지도하에 연수과정을 보냈습니다. 해외 연수를 준비하는 동안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역시 연수지를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1년의 제한된 기간 동안 basic research 를 주로 하는 lab 보다는, clinic에 방문하는 것을 좀더 우선 순위에 두고, 갑상선 기능 이상과 관련된 연구를 주로 하는 책임 교수를 만나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마침 UCLA에서 연수경험이 있으신 성균관대학교 김선욱 교수님께서 Brent 교수님을 연결시켜주셨는데, Brent 교수님으로부터 Angela 교수님을 소개받아, 감사하게도 제가 바라던 대로, 갑상선 기능과 관련된 임상 연구를 주로 하시는 책임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Angela 교수님은 최근 미국 갑상선학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며, Thyroid의 자매학술지인 Clinical Thyroidology의 주 편집자로 활동하였습니다. 갑상선기능이상과 관계된 영역에서 guideline, position statement 편찬과 관련하여 주요한 역할을 하고 계신데, 주된 연구분야는 요오드와 갑상선 질환, 갑상선 기능이상과 심혈관 질환과의 관련성, 임신과 갑상선 질환으로 주로 갑상선암보다는 갑상선기능이상에 대한 임상 연구입니다. 보스턴 의과대학에서 수련을 받는 동안 현재는 작고하신 Dr.Lewis 와 함께 갑상선과 요오드와 관련된 임상 연구를 꾸준히 진행 해오셨는데, 최근에는 요오드 과다와 갑상선 기능이상과 관련된 많은 논문을 출간하셨습니다.

제가 Angela 교수님과 진행하였던 연구들은 요오드 과다가 갑상선 기능이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으로 조영제 사용 후 갑상선 기능 이상 발생에 관한 UCLA Veterans 병원의 전향적 코호트 분석과 그동안 Angela 교수님이 출간하신 논문들을 바탕으로 Review 논문을 작성하는 일, 임신과 갑상선 질환에 대한 e-book을 작성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습니다. 처음에 review 논문을 작성해보는 일을 제안 받았을 때는 투자한 시간 대비 왠지 제 경력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망설였는데, 거절하면 왠지 소극적으로 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은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분량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역시 제 예상대로 review 논문은 노동 집약적인 일이었지만, Angela 교수님의 즉각적인 feedback에 힘입어 다행히 귀국 전 Endocrine Review 라는 좋은 저널에 논문을 개재할 수 있었습니다. 인용지수가 높은 리뷰 저널은 투고 전 먼저 proposal을 작성하고, 승인받는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있어서 Angela 교수님 명성의 덕을 본 것 같습니다. 저는 clinic에 방문하여 주로 Angela 교수님과 1:1 만남을 통해 직접적으로 교류하여 논문 작성과 관련하여 논의하는 것으로 주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실험실에 정해진 시간에 방문해야 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시간 활용에 있어 유연하고 여유 있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처럼 1년 이하의 연수기간에 실험실보다는 임상 연구에 관심있으신 분이라면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비록 미국 대학 병원 교수님들의 삶을 일부 관찰한 것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확실히 진료 로딩도 적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지원이 제공되는 점은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연수 기간 중 가장 값진 일은 역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은 미국생활을 충분히 누리기에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지만, 가족들과 여행도 많이 다니고, 딸아이의 학교 봉사도 참여하는 등 소중한 추억을 쌓았던 꿈과 같은 인생의 황금기였던 시간은 분명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 서부 지역은 연중 온화한 날씨로, LA뿐만 아니라 샌디에고, 어바인 등 지역이 연수지로 인기가 많은데, 이들 지역은 온화한 날씨 덕분에 월세와 물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식당에서 외식을 하면 주 세금과 봉사료로 메뉴판의 30%를 더한 부담스러운 금액이라, 여행을 제외하고는 도시락을 포함해 가족들의 세끼 식사를 모두 제 손으로 해결해야 했지만, 평생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비교적 즐거운 마음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이러저러한 일들에 쫓기느라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께 좀더 여유있게 대하지 못한 일들이 마음에 남아 귀국 후에는 진료현장에서도 좀더 정성스럽게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연수가 있는 동안 의대 정원 증원 이슈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신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및 내과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Angela 교수님과 진료실에서 촬영한 사진

UCLA Ronald Reagan medical center 전경

미국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에서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